소풍/소풍 하나ㅣ마음 한줌

짧은 여정속이 어머니 / 심재현

sim jaehyeon 2013. 7. 30. 22:31

짧은 여정 속의 어머니 심재현 가슴에 새하얀 목화꽃으로 자리매김해 있는 나의 어머니 내 가슴에 목화꽃이 피던 날 어머니를 뵈러 간다. 신발도 거꾸로 신으신 채 이제나저제나 오려나 동네 모퉁이를 서성이시며 굽어진 골목을 바라보고 서 계신다. 길모퉁이 돌아서는 나를 향해 숨도 쉬시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와 이제 오느냐며 반기시는 어머니 얼굴에 목화꽃이 활짝 피신다. 나이 들어버린 내 모습에도 어머니에겐 여전히 자식이었는지 아기 얼굴 쓰다듬듯 쓰다듬으신다. 두꺼비 등이 되어버린 손이지만 그 손길이 얼마나 부드럽고 따뜻한지 모른다. 긴 밤을 지새우는 모자간의 대화에 누가 될까 울타리에 숨은 풀벌레마저 숨죽이고 만월이 된 달빛마저 고요히 멈춰 서버렸다. 곱게 늙으시길 바랬는데 세월은 나의 바램을 외면해 버리고 골 깊어진 주름과 쇠약해진 모습을 볼 때마다 긴 한숨만 나온다.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들어가시라고 손짓하며 자꾸 뒤를 돌아보지만 어머니께선 한 걸음도 띄지 않고 눈에 밟히시는지 그 자리에 서 계신다. 동네가 보이는 모퉁이를 벗어나 어머니 모습 사라질 때 즈음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만진다. 얼마나 왔을까! 휴게소에 들러 어머니께서 싸주신 보자기를 열어보았다. 아들 올라가는 길 출출할까 싶어 삶은 달걀과 신문지에 싸여있는 소금, 그리고 누렇게 때가 찌든 편지봉투 하나가 들어있다. 갓 삶은 달걀인지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다. 삶은 달걀을 하나 까서 소금에 찍어 먹는 순간 가슴이 먹먹하여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.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낸 나는 소풍 때도 달걀은 상상도 못했었다. 간밤에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그런 예기도 나왔기에 마음에 짐이 되셨는지에 이렇게 달걀을 싸주신 것 같다. 더 가슴을 아리게 한 건 누렇게 찌든 편지봉투에 꼬깃꼬깃한 만 원권 3장과 어머니의 서투른 글씨체로 지름 받아가그라 자오르지 말그라 (기름 넣어라. 졸지 마라.) 그렇게 쓰여져 있다. 얼마나 더 주고 싶으셨을까! 얼마나 자식이 눈에 밟히셨을까! 하는 생각에 한참을 넋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. 아직 집에 절반도 못 갔는데 집이 멀어서 언제 가느냐가 아닌, 아린 마음으로 어찌 가느냐였다. 올라오는 길이 얼마나 멀었는지 며칠에 걸쳐 올라오는 듯했다. 어머니의 사랑은 그저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아가페 사랑 일 수밖에 없는 것을 새삼 일깨우는 짧은 여정이었다. 그런데 지금 난 어찌하고 있는가!