목록심재현의 문학과사람들/詩가 전하는 말 (6)
소풍, 그리고....

나그네| 박목월 |강나루 건너서밀밭 길을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길은 외줄기남도南道 삼백리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놀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since 2014 -Sim Jae-hyeon's Literature and People

성탄제| 김종길 |어두운 방 안엔바알간 숯불이 피고,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.이윽고 눈 속을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.아,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그 붉은 산수유 열매 ――.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,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.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.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.어느새 나도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.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,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,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.since 2014 -Sim Jae..

그대 보고 싶은 마음 죽이려고 산골로 찾아갔더니, 때아닌 단풍 같은 눈만 한없이 내려 마음 속 캄캄한 자물쇠로 점점 더 벼랑끝만 느꼈습니다 벼랑끝만 바라보며 걸었습니다 가다가 꽃을 만나면 마음은 꽃망울 속으로 가라앉아 재와 함께 섞이고 벼랑끝만 바라보며 걸었습니다 조정권 시집「비를 바라보는 일곱가지 마음의 형태」중 "벼랑끝" 전문
상한 영혼을 위하여 /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#고정희 #상한영혼을위하여 #심재현의문학과사람들
접기로 한다 / 박영희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 순간, 햇살에 배겨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어보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#박영희 #접기로한다 #심재현의문학과사람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