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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월 앞에서 / 심재현

sim jaehyeon 2013. 10. 31. 13:21
세월 앞에서

심재현


한 겨울 혹독한 추위도
봄 볕을 이기지 못 하고
한 걸음 물러서 자리를 내준다.

두 발도 모자라 지팡이를 쥔 두손에
세월을 이기지 못한 듯
위태롭게 걷고있는 老母,
볕뉘도 없이 뉘엿뉘엿 마른 숨 여미며
한 걸음 또 한 걸음 발을 내디딘다.

따르는 해, 걸음을 멈춘 자리
텅빈 적막 한 채, 등에 업고
애터지게 느린 몸짓의 老母,
사막을 건너는 달팽이에 견줄까

바짝 꼬부라진 고행,
가는 발걸음 멈춰 세우고
길 한귀퉁이 자리잡은 老母,
행여 바닦에 닿을까
살짝 들어 올린 치마폭에
방긋 봄 꽃들이 피어 오른다.

패일대로 패여
더 이상 골질 곳 이라고는
도무지 찾을 수 없는
老母의 주름진 얼굴 위로
봄 볕은 공손히 무릎을 꿇는다.

세월 앞에서 모두가 겸손해진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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Sim, Jaehyeon(심재현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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